독서를 루틴으로 만들면 실패하는 이유
독서를 꾸준히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은 루틴을 만든다. 하루 몇 페이지를 읽겠다는 계획, 특정 시간에 책을 펼치겠다는 약속, 일정한 독서량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들. 이런 방식은 처음에는 분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정한 틀 속에 독서를 배치하면 습관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독서를 루틴으로 만들었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 루틴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독서를 멀어지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난다.
독서를 루틴으로 만들 때 실패가 반복되는 첫 번째 이유는 독서를 ‘행동’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루틴을 만들 때 주로 시간과 분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언제 읽을 것인지, 얼마나 읽을 것인지. 그러나 독서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심리적 상태와 깊이 연결된 활동이다. 읽을 수 있는 집중력, 감정을 받아들일 여유, 생각을 머물게 할 공간. 이런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루틴만 유지하려 하면 독서는 점점 형식적인 행위로 변한다. 행동이 유지된다고 해서 경험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루틴이 독서를 성취의 대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준을 정하는 순간 독서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계획한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실패처럼 느껴지고, 규칙을 지키지 못한 날에는 죄책감이 쌓인다. 독서가 더 이상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수행해야 할 과제가 되는 것이다. 성취 중심의 루틴은 독서를 지속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독서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킨다. 독서는 성취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과정에 가까운 활동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삶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루틴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 루틴을 만들 때 삶이 일정하게 유지될 것처럼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하다. 감정의 변화, 일정의 변동, 에너지의 흐름. 이런 요소들은 독서의 가능성을 크게 좌우한다. 고정된 루틴은 이러한 변화를 흡수하지 못한다. 그 결과 루틴은 점차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한다. 독서는 지속되지 못하고, 루틴은 형식만 남는다.
독서를 루틴으로 만들 때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그것은 독서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일정한 시간에 책을 펼치고 일정한 분량을 읽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독서는 기계적인 행동으로 변할 수 있다. 무엇을 읽고 있는지, 왜 읽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다. 독서의 목적이 경험이 아니라 유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때 독서는 더 이상 사유의 시간이 아니라, 루틴을 채우기 위한 시간으로 남는다.
독서 루틴이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독서의 본질이 유연성에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언제나 현재의 상태와 함께 작동한다. 어떤 날에는 긴 문장을 읽을 수 있고, 어떤 날에는 한 줄도 버겁게 느껴진다. 어떤 시기에는 깊은 사유가 가능하고, 어떤 시기에는 단순한 읽기조차 어렵다. 독서의 이러한 유동성을 인정하지 않는 루틴은 지속되기 어렵다. 독서를 유지하는 힘은 규칙의 강도가 아니라, 유연성의 크기에서 나온다.
루틴 중심의 독서는 또 다른 심리적 효과를 만든다. 그것은 독서를 ‘하지 못한 날’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다. 계획한 독서를 수행하지 못한 날이 반복되면, 우리는 독서 자체를 실패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이 감정은 독서에 대한 거리감을 만든다. 책은 더 이상 편안하게 다가오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평가하게 만드는 기준으로 변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독서를 지속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들은 독서를 루틴으로 관리하기보다 리듬으로 받아들인다. 리듬은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변화에 따라 조절되는 흐름이다. 어떤 날에는 길게 읽고, 어떤 날에는 짧게 읽으며, 어떤 시기에는 독서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변화 속에서도 책과의 관계는 유지된다. 독서는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꾼다. 루틴이 아니라 리듬이 독서를 오래 지속하게 만든다.
독서를 루틴으로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정한 구조는 시작을 돕고, 습관의 기반을 마련해 준다. 그러나 독서를 지속하게 만드는 것은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태도다. 독서를 해야 할 일로 고정시키는 순간, 독서는 점차 삶에서 멀어진다. 독서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선택의 여유다.
결국 독서를 루틴으로 만들 때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독서의 본질을 행동 중심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독서는 행동 이전의 경험이고, 경험 이전에 관계에 가깝다. 책과의 관계는 일정한 규칙으로 유지되기보다,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독서를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독서를 관리하기보다 독서와 함께 살아간다.
독서를 지속하는 힘은 규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아니라, 독서를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에서 나온다. 루틴은 독서를 시작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독서를 오래 유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독서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삶과의 조화다. 독서는 일정한 시간표 속에 고정될 때보다, 삶의 흐름 속에 놓일 때 더 오래 이어진다.
클로이의 노트 ::
독서를 꾸준히 하기 위해 나는 늘 루틴을 만들려고 했다. 특정 시간에 책을 펼치고, 정해진 분량을 채우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루틴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다. 독서를 하지 못한 날에는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책은 점점 편안한 대상이 아니라 수행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독서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규칙이 아니라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독서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삶과 함께 흐르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이제는 독서를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독서와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