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다시 배우다

CHLOENOTE 2025. 8. 18. 07:53

 살다 보면 우리는 죽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그것이 아주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처럼,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맞닥뜨린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됩니다.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는 바로 그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특수청소업이라는 흔치 않은 일을 하며, 그는 남겨진 방을 정리하고, 쓸쓸히 떠난 사람들의 흔적을 치워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죽음 뒤에 남겨진 삶의 조각들을 바라보았고, 그 이야기를 차분히 기록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무겁고도 차분했습니다. 저자는 현장을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한 방 안에 남겨진 옷가지,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 냉장고에 방치된 음식들. 그것들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누군가의 하루였고, 삶의 흔적이었습니다.

 

저는 책장을 넘기며 문득 제 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둔 컵, 미처 정리하지 못한 노트, 어제 입다 던져둔 옷가지. 그것들은 오늘은 별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누군가가 제 마지막을 정리한다면, 그것이 곧 저의 삶을 증명하는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을 다루면서도 결코 죽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삶을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누군가의 쓸쓸한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충분히 사랑하고 있나요?” “내일로 미루고 있는 말들은 없나요?” 그 질문은 단순히 문장으로 머무르지 않고, 제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다 말고 휴대폰을 들어,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괜찮냐는 안부 하나에도, 우리는 너무 자주 머뭇거리며 미룹니다. 하지만 그 미룸이 쌓이다 보면, 결국 영영 전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죽음을 직시하는 용기’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움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김완 작가가 보여주는 죽음은, 우리를 위축시키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되묻게 합니다.

 

저는 하루하루가 너무 당연해서 소홀히 살아왔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있을 거라 믿으며,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자꾸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모든 말들이 사실은 지금 당장 꺼내야 할 말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저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한 책입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인데, 읽고 나니 오히려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가 더 커졌습니다. 고독하게 생을 마친 이들의 방을 정리하며 저자가 느낀 슬픔은, 독자에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 책은 절망을 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단단한 다짐을 남깁니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성실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말입니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합니다. 삶의 무게에 지쳐,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하는 사람. 혹은 죽음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두려워 외면하는 사람.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그들에게 죽음을 슬픔의 끝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시작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 책에서 배우는 것은 죽음의 차가움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은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았고,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