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건너는 문장들 < 하루 끝, 마음을 씻어내는 독서3 - 달과 6펜스 >
밤을 건너는 문장들, 세번째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입니다.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달을 좇는 사람, 6펜스를 쥔 사람
인생에는 두 개의 방향이 있다. 하나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달’이고, 다른 하나는 발밑에 떨어져 있는 ‘6펜스’다. 서머싯 몸의 대표작 『달과 6펜스』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그린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예술가의 기행담도,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기만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성찰이다.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모든 것을 버린다. 안정된 직업, 가족, 평온한 일상.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삶의 궤도를 과감히 벗어난다. 그는 오직 그림을 그리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이 여정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세상의 눈길이나 도덕적 비난에 무심하며, 심지어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내면이 요구하는 것을 선택한다. 독자는 이 지독한 자기중심성을 혐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게 여긴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달’을 향해 걸어갈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머싯 몸은 이 과정을 차갑고 절제된 문장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뜨거운 열망을 얼음 유리잔 속에 담아 마시는 것과 같다.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감정의 과잉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단 하나의 사실만 또렷하게 남긴다. 달을 좇는 사람은 언제나 고독하다. 하지만 그 고독은 결코 불행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비로소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시간이다.
이 소설의 제목 속 ‘6펜스’는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사는 현실의 가치들을 상징한다. 돈, 안정, 사회적 인정. 그것들은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땅에 묶어두는 무게가 된다. 반면 ‘달’은 우리의 상상, 예술, 꿈을 뜻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을 바라보지만, 결국은 6펜스를 줍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익숙한 타협을 가차 없이 흔들어 놓는다.
『달과 6펜스』를 덮은 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달을 향해 걷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6펜스를 세는 중인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서머싯 몸의 이야기는 묻는다. “만약 달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그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울림을 준다. 왜냐하면 ‘예술’이라는 단어를 ‘나의 진심’으로 바꿔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찰스 스트릭랜드의 집요함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언젠가 품었지만 접어두었던, 아주 오래된 꿈의 다른 이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