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혼자 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비교를 불러온다. 책을 읽는 시간은 고요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자주 타인의 독서와 자신을 나란히 놓는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 SNS에 올라오는 독서 인증,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다는 기록들. 이 장면들 속에서 독서는 어느새 조용한 경쟁의 장이 된다. 우리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묻는다. 나는 충분히 읽고 있는가, 제대로 읽고 있는가.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독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나를 재는 자가 된다.
비교는 대개 선의에서 출발한다. 더 잘 읽고 싶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 하지만 그 마음은 쉽게 방향을 바꾼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누군가는 통찰을 남기고, 누군가는 긴 서평을 쓴다. 그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독서를 평가한다. 나는 왜 저만큼 느끼지 못했을까, 왜 저만큼 말하지 못했을까. 독서는 각자의 속도와 결을 가진 경험임에도, 우리는 그 경험을 결과로 환산해 비교한다. 비교는 독서를 풍요롭게 하기보다, 독서의 문턱을 높인다.
독서를 통해 나를 비교하게 되는 가장 흔한 순간은 ‘기록’을 마주할 때다. 독서량, 완독 횟수, 독서 루틴. 기록은 원래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한 도구였지만, 공개되는 순간 기준이 된다. 기준은 언제나 상대를 만든다. 누군가의 기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의 독서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기록은 독서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서를 증명해야 할 대상으로 바꾸기도 한다. 증명이 필요한 순간, 독서는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는 인간 심리의 취약한 지점이 있다. 우리는 노력의 과정보다 결과를 더 쉽게 비교한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며 멈춘 지점, 이해하지 못한 문장, 다시 읽은 페이지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완독 여부와 요약된 감상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생략한 채, 보이는 결과만으로 자신을 판단한다. 이 판단은 독서를 즐거운 탐색이 아니라, 성취의 시험처럼 느끼게 만든다. 비교는 독서의 이유를 바꾼다. 나를 위해 읽던 책이, 남과 나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비교는 또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바로 ‘독서의 목적’을 둘러싼 비교다. 어떤 사람은 독서를 통해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독서로 커리어를 쌓았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독서를 도구로 만든다. 얻는 것이 없으면 실패처럼 느껴지고, 변화가 없으면 헛된 시간처럼 여겨진다. 독서를 통해 나를 비교하는 순간, 독서는 나의 삶을 지탱하기보다 나를 재촉한다.
사실 독서는 비교에 가장 취약한 행위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서의 결과는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의 깊이, 문장이 남긴 여운, 생각의 변화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측정 가능한 지표를 찾는다. 권수, 속도, 기록. 이 지표들은 편리하지만, 독서의 본질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독서를 비교 가능한 대상으로 바꾸는 순간, 우리는 독서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잃는다. 바로 각자의 삶과 연결되는 고유한 경험이라는 점이다.
독서를 통해 나를 비교하게 되는 순간은, 독서가 나의 삶에서 독립된 활동이 되었을 때 더 자주 찾아온다. 책이 삶과 분리되어 ‘해야 할 일’이나 ‘관리해야 할 습관’이 되면, 비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반대로 독서가 삶의 일부로 스며들 때, 비교는 힘을 잃는다. 어떤 날은 두 문장으로 충분하고, 어떤 날은 한 챕터가 길게 남는다. 이 리듬은 누구와도 같을 필요가 없다. 독서는 원래 개인의 시간이고, 개인의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비교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독서를 다시 ‘사적인 경험’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읽은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기록하지 않아도 되며, 남기지 않아도 된다. 독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나에게 남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비교의 대상에서 빼낼 때, 독서는 다시 가벼워진다. 읽는 속도가 느려져도 괜찮고, 감상이 짧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삶과 어떤 접점을 만들었는가다.
독서를 통해 나를 비교하게 되는 순간들은, 우리가 독서에 너무 많은 외부의 시선을 들여왔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독서는 성취의 언어보다, 체류의 언어에 가깝다. 머무는 동안 생각이 조금 흔들리고, 감정의 결이 조금 달라지는 것. 그 미세한 변화는 비교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를 멈출수록 독서는 더 깊어진다.
독서는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보다 덜 읽어도 괜찮고, 덜 말해도 괜찮다. 독서는 경쟁이 아니라 관계다. 책과 나 사이의 관계. 그 관계가 유지되는 한, 독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비교의 순간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독서를 다시 자기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클로이의 노트::
독서를 하며 나 자신을 얼마나 자주 비교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읽은 권수와 남긴 기록이 나의 독서를 증명해줄 거라 믿었던 순간들. 하지만 그 기준들은 오히려 독서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독서는 비교를 견디는 활동이 아니라 비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깊어진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독서가 아니라 나의 삶과 만나는 독서를 다시 허락하고 싶다. 보여주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독서. 그 조용한 관계가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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