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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를 쉬어도 괜찮은 시기

by CHLOENOTE 2026.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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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좋은 습관으로 오래 이야기되어 왔다. 꾸준히 읽는 사람은 생각이 깊고, 삶을 성실하게 대하며, 스스로를 잘 관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지 못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쉽게 자신을 의심한다. “요즘 내가 게을러졌나?”, “마음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못한가?” 독서를 멈춘 시간은 곧바로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 그러나 독서가 중단되는 순간이 반드시 실패의 증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의 리듬이 바뀌었다는 신호에 가깝다.

 

 독서를 쉬어야 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삶이 갑자기 빠르게 흘러갈 때, 감정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질 때, 혹은 너무 많은 정보를 이미 받아들이고 있을 때. 이때 독서는 더 이상 휴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입력이 된다. 책은 타인의 언어를 따라가야 하는 활동이다. 그 언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집중력과 심리적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이 사라진 상태에서 책을 펼치면, 독서는 오히려 피로를 더한다. 독서를 쉬어야 하는 시기는 바로 이 여백이 사라졌을 때다.

 

 여기에는 인간 심리의 자연스러운 작용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다. 정보에도, 감정에도, 생각에도 ‘포화 상태’가 존재한다. 독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멈추면 생각하는 능력까지 멈춘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읽지 않는 시기에도 우리는 계속 생각하고, 경험하고, 해석한다. 오히려 삶의 경험이 축적되는 시기에는 독서보다 체험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독서를 쉬는 시간은 사유가 멈춘 시간이 아니라, 사유의 재료가 쌓이는 시간에 가깝다.

 

 독서를 쉬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독서를 ‘지속해야 할 습관’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서를 운동이나 업무처럼 관리하려 한다. 하루 몇 쪽, 한 달 몇 권. 이런 기준은 독서를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서를 평가의 대상이 되게 한다. 읽지 못한 날은 곧바로 실패로 기록되고, 그 기록은 부담으로 쌓인다. 그러나 모든 습관이 항상 같은 강도로 유지될 수는 없다.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활동조차도, 속도와 깊이가 변한다. 독서 역시 삶의 흐름 속에서 강약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독서를 쉬어야 하는 또 다른 시기는, 책이 더 이상 삶과 연결되지 않을 때다. 어떤 시기에는 책 속 문장이 현실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지지만, 어떤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문장도 마음에 닿지 않는다. 이때 우리는 종종 독서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삶의 질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독서는 언제나 현재의 질문과 만날 때 의미를 갖는다. 질문이 바뀌면 독서의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잠시 멈추는 것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기다리는 과정일 수 있다.

 

 독서를 쉬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독서가 삶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경험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도구이지만, 경험 자체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삶이 지나치게 바쁘거나, 감정이 너무 격렬한 시기에는 읽기보다 살아내는 일이 먼저다. 이 순서를 거꾸로 두면 독서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수단이 된다. 그때 독서는 깊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감각을 흐릿하게 만든다. 독서를 쉬는 시간은 책을 멀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쉬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 두려워한다. 하지만 독서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습관이 아니다. 책과의 관계는 생각보다 탄력적이다. 멀어졌다가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졌다가 또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다는 감각이다. 독서를 쉬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순간, 독서는 부담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독서를 쉬는 시기는 삶이 독서를 대신하는 시간이다. 경험이 문장을 대신하고, 감정이 해석을 대신하며, 일상이 사유를 대신한다. 이 시간이 충분히 쌓일 때, 우리는 다시 읽고 싶어진다. 그때의 독서는 이전과 다르다. 더 느리고, 더 조용하며, 더 깊게 삶과 맞닿는다. 독서를 쉬는 시간은 독서를 잃는 시간이 아니라, 독서를 다시 가능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독서는 언제나 곁에 있는 활동이다. 가까이 두었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잊었다가 다시 떠올리기도 한다. 독서를 쉬어도 괜찮은 시기를 인정하는 것은, 독서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두는 태도에 가깝다. 독서는 성실함의 증명이 아니라, 삶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 중 하나다. 그래서 때로는 멈추는 것도 독서의 일부일 수 있다.

 

 

클로이의 노트 ::

 독서를 하지 못하는 시기가 올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탓해왔다. 책을 멀리했다는 사실이 곧 삶의 태도가 흐트러졌다는 증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독서를 쉬는 시간이 실패가 아니라, 삶의 리듬이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읽지 않는 동안에도 우리는 여전히 생각하고, 경험하고, 해석한다. 독서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은 독서를 잃는 시간이 아니라, 독서를 다시 가능하게 만드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책을 읽지 않는 시기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고, 그 시간의 의미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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