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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의노트121

[REVIEW] 가장 오래 함께할 나와의 관계에 대하여 -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위로가 아니라 멈춤이었다. 이 책은 독자를 다독이기보다, 그동안 너무 쉽게 자신을 비난해왔던 순간들 앞에 세운다. 우리는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관계가 어긋날 때, 혹은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을 탓한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 “내가 더 노력했어야 했어.” 이런 문장들은 어느새 습관처럼 입 안에서 굴러다닌다. 이 책은 그 익숙한 문장들에 조용히 제동을 건다. 정말 그 미움이 필요한가, 그 비난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는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여러 번 멈춰 섰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온 시간이 떠올랐고,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 2025. 12. 31.
[REVIEW] 희망을 말하지 않는 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결의’라기보다 ‘잔존’에 가까웠다. 이 책은 희망을 외치지 않는다. 절망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삶이 이미 충분히 무너진 자리에서, 그럼에도 남아 있는 것들을 하나씩 더듬어 본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고비를 넘길 때 “그래도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기대한다. 그러나 공지영의 문장은 그런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상처가 여전히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불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낙관의 구호가 아니라, 도망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삶이 끝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한 채, 그래도 살아가겠다는 선택. 그 선택의 무게가 이 책의 문장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5. 12. 27.
[REVIEW] 마음을 덜 소모하며 살아가는 법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의 생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마음이 조금 느려진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독자를 앞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대신 잠시 멈춰 서게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감정을 소모한다. 그중에서도 미움은 가장 빠르고 손쉬운 감정이다. 이유를 정리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미워하는 순간, 세상은 단순해지고 나는 피해자가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쉬운 길을 조용히 가로막는다. 그리고 묻는다. 정말로 그 감정이 필요한가, 그 미움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는가. 류시화의 문장은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오래 울리는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누군가를 미워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고, 그때마.. 2025. 12. 25.
[REVIEW] 삶을 가볍게 바라보는 연습, 『사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웃음도, 위로도 아닌 묘한 안도감이었다. 이 책은 독자를 다독이지도, 더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담담하게, 거의 무심할 정도로 삶을 바라본다. 그 시선이 오히려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사노 요코는 삶을 거창하게 정의하려 들지 않는다. 성공도, 의미도, 성장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꺼내 보인다. 우리는 늘 ‘사는 이유’를 찾느라 애쓰고, 삶에 이름을 붙이느라 분주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질문을 슬쩍 밀어두고 말한다. “사는 게 뭐라고.” 이 문장은 체념처럼 들리지만,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가벼운 숨이 트인다. 삶을 무겁게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조금 빠지는 느낌 때문이다. 이 책은 인생을 .. 2025. 12. 23.
[REVIEW] 우리는 왜 그렇게 쉽게 확신하는가 ―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놀라움보다도 묘한 해방감이었다. 우리는 늘 스스로를 꽤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중요한 선택 앞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정보를 비교하고, 최선의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믿음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무너뜨린다.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생각보다 훨씬 자주, 훨씬 체계적으로 오류를 범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비합리성이 인간의 기본값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지점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동안 수없이 잘못된 선택을 했던 기억들이, 나만의 결함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2025. 12. 20.
[REVIEW] 바쁜데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이유 ― 『딥 워크』를 읽고 『딥 워크』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묘한 불편함이었다.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낯설어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하게 지금의 나를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다. 알림에 반응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메시지에 답하며, 일정과 일정 사이를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분명 많은 일을 처리하지만, 하루가 끝나고 나면 이상할 만큼 공허하다.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감각보다, 하루가 그냥 소모되었다는 느낌이 더 짙게 남는다. 칼 뉴포트는 이 상태를 ‘얕은 작업(shallow work)’이 지배하는 삶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그 얕음의 구조를 정면으로 드러내며, 우리가 왜 점점 더 집중하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일하지 못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딥 워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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