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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직원이 알려주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진짜 이유

by CHLOENOTE 2025.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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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는 건,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왜 책을 안 읽을까? 많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출판 현장에서 수많은 독자 데이터를 접한 출판사 직원의 눈에는 단순한 시간 부족이나 게으름이 아닌, 복잡하고 구조적인 이유들이 보인다. 책은 여전히 가치 있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과 손은 점점 더 ‘짧고, 빠르고, 즉각적인’ 정보로 향한다.

 

이 글에서는 출판사의 실제 경험과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책을 멀리하게 된 현대인의 심리, 디지털 시대의 소비 구조 변화, 그리고 출판 시장의 오해와 현실을 밀도 있게 분석한다.

 


 

✅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는 건 반은 거짓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출판사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나는 그 말을 수없이 들었고, 처음엔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독자 행동을 분석해보면 실제로 ‘시간이 없는 것’보다는 책을 위한 시간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 42분

 

 스마트폰 화면 사용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화면 앞에 머문다. 짧은 영상, SNS 피드, 기사 스크롤, 메신저 알림 등으로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다. 이 시간 중 단 30분만 줄이면 책 한 권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책은 ‘읽는 행위’ 그 자체에 즉각적인 쾌감이나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상은 시각,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움직인다. 반면 책은 능동적인 몰입을 요구하고, 뇌의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대인의 뇌는 이제 그런 ‘느림’에 익숙하지 않다.

 


 

✅ 독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다르게’ 읽을 뿐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독자가 사라진 게 아니라, 독서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 “읽고는 싶은데, 끝까지는 못 읽겠어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사놓고 첫 장만 읽고 그만둔다. 장바구니에 책이 쌓이고, 서재에는 미완의 책들이 늘어간다. 이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깊은 몰입을 유지할 수 있는 집중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 영상 콘텐츠는 평균 1~2분마다 화면 전환이 있다
  • SNS는 1초 만에 다음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다
  • 뉴스는 500자 이내에 모든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뇌가 200페이지의 책을 선형적으로 따라가는 구조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책은 무거워졌고, 삶은 가벼워졌다”

 

 출판사 내부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독자들은 여전히 지적 호기심이 있다. 다만, 그걸 감당할 에너지가 없다.”

 

이 말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결정을 내리고, 수많은 피드백에 응답하며 살아간다. 퇴근 후 남은 정신 에너지는 고작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 상태에서 철학책, 자기계발서, 경제 서적을 꺼낸다는 건 생각보다 큰 진입장벽이다.

 

책은 본질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요구하는 콘텐츠다. 하지만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책은 너무 무거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벼운 정보’, ‘빠른 소비’, ‘쉬운 자극’**으로 눈을 돌린다.

 


 

✅ 출판 콘텐츠의 구조도 문제다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은 고통스럽지만 인정해야 한다. 독자들이 책을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 자체가 재미없고,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 너무 긴 서문, 어려운 문장, 배경지식이 필요한 구성

  • 자기계발서를 펼치면 30페이지 동안 저자의 이야기만 나온다
  • 인문학 책은 문장이 너무 길어 읽다가 포기하게 된다
  • 실용서는 핵심 정보 없이 이론만 나열된다

현대 독자는 즉각적인 가치 제공을 기대한다. 그런데 많은 책은 ‘모든 맥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란 매체가 ‘깊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 깊이에 도달하기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출판업계는 여전히 전통적 독자의 패턴에 의존하고 있고, 그 사이 새로운 독자층은 빠르게 다른 매체로 이동했다.

 


 

✅ "책은 안 팔리지만, 글은 잘 팔린다"는 역설

 

출판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것이다.

 

“책 판매량은 줄었는데, 텍스트 소비는 증가했다.”

  • 브런치, 블로그, 뉴스레터 구독자는 증가 추세
  • 인스타그램 캡션, 트위터 글의 반응도는 매우 높음
  • 짧은 문단 구성의 글, 카드뉴스 스타일의 정보는 빠르게 퍼짐

 

 사람들은 여전히 ‘내용’을 읽는다. 다만 그 형식이 종이책 → 모바일 최적화 텍스트로 변한 것이다.

즉, 사람들은 책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라는 포맷이 주는 불편함과 무거움을 피하는 것이다.

 


 

✅ "책을 안 읽는다"는 건 과연 문제일까?

 

 출판사 직원의 입장에서 이 질문은 꽤 불편하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이 곧 지식의 단절일까?

예전에는 책이 유일한 지식 습득 경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존재한다:

  • 유튜브에서 경제 강의를 듣는다
  • 팟캐스트로 철학을 배운다
  • 블로그로 인생 이야기를 읽는다
  • 챗GPT로 글쓰기를 연습한다

즉, 지식의 접근 방식이 다변화되었을 뿐, 본질적으로는 사람들이 여전히 배움과 정보를 원한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지적 활동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한다.

 


 

✅ 그럼에도 책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책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가?

 

▪ 책은 ‘깊이 있는 사고’를 훈련하는 유일한 매체다

  • 영상은 보여주지만, 책은 상상하게 만든다
  • 뉴스는 요약하지만, 책은 맥락을 설명한다
  • SNS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지만, 책은 사유를 요구한다

책은 인간의 ‘지속적인 주의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자극하는 마지막 훈련장이다.

 

▪ 책은 기록된다. 그리고 축적된다.

 

 인터넷 콘텐츠는 빠르게 사라지고, 링크는 유실된다. 반면 책은 물리적으로 남고, 검색이 가능하며, 세대를 넘어 전달된다.
정보의 신뢰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책은 여전히 가장 안정된 지식 매체다.

 


 

🧠 책은 여전히 살아있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을 뿐

 

 출판사 직원으로서 나는 책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책이라는 매체가 ‘재정의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 한다. 단지 그 방식이, 그 포맷이, 그 경험이 지금의 삶과 맞지 않을 뿐이다.

책을 만들고 전하는 사람들 역시 이제는 변해야 한다.

  • 깊이는 유지하되, 진입 장벽은 낮춰야 하고
  • 글은 어렵지 않되, 생각은 가볍지 않아야 하며
  • 독자를 훈계하지 말고, 함께 걸어가는 대화형 콘텐츠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은 변했다. 책도 이제 같이 변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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