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혼자 여행할 때 함께한 책들 – 고독 속 위로가 되어준 이야기

by CHLOENOTE 2025. 8. 9.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건 참 특별한 감정입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서죠. ‘혼자서 괜찮을까?’, ‘지루하진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출발 전 마음을 살짝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발을 떼면, 혼자라는 건 곧 ‘내가 온전히 나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말이 없기에 마음의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고, 익숙한 일상에서 떨어져 나와야만 보이는 풍경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 여행에 있어서 책은 가장 조용하고 다정한 동행자입니다. 말은 걸지 않지만, 어느새 내 감정에 맞춰 페이지를 열어주는 존재. 새벽 기차에서, 무심히 들어간 카페에서, 어두운 호텔방 조명 아래에서 나는 책을 펼치곤 했고, 그 시간들이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혼자 떠난 여행에서 정말 곁에 두길 잘했다고 느꼈던 책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낯선 곳에서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 작지만 큰 이야기들입니다.

 



📗 『아무튼, 외국어』 – 언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

 이 책은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고 경쾌한 리듬이 흐릅니다. 조지영 작가는 외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순간의 사소한 기억들과 감정을 따뜻하게 끄집어냅니다.

 

혼자 여행할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도시의 언어가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에 와 있는지를 더 명확하게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외국어를 기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감정’으로 다룬다는 점이에요. 낯선 도시에서 “이 말은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는 순간마다, 이 책에서 읽은 문장들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 건, 나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표현해보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그 문장을 보고 나서부터 저는 언어에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모인 이 책은 이동 중에도 부담 없이 꺼내 읽을 수 있어, 혼자 하는 여행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고요한 여행지에서 마주한 고독과 몰입

 무라카미 하루키의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에세이는 특히 여행지에서 읽기 좋았습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그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글쓰기를 만들어갔는지를 차분히 풀어냅니다. 마치 인생 전체를 천천히 되짚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여행지의 정적과 참 잘 어울립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작은 골목길을 걷다 쉬어간 벤치에서, 밤늦게 침대에 기대어 한 줄씩 읽어가는 순간마다, 이 책은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좋다”고 속삭여줍니다.

이 책에는 고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 고독이 슬프거나 외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몰입을 위한 고요’라는 방식으로 설명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혼자 걷는 거리에서도, 오래 멈춰 바라보는 창밖 풍경에서도 그 말들이 조용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하루키의 단단하고도 사적인 문장들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나도 내 삶의 ‘작은 저자’가 된 것만 같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필요하다면, 이 에세이는 꼭 함께하길 추천합니다.

 



📙 혼자 읽은 책이, 가장 진짜 기억으로 남는다

 여행은 본래 낯설고, 혼자라는 건 어쩌면 그 낯설음을 온전히 마주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내 하루, 정해진 계획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나를 돌보는 일’이 됩니다. 혼자 있다는 것의 외로움을 다독여주고, 내면의 풍경을 천천히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줍니다.

책은 그 장소에 감정을 남기게 해줘요.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어느 오래된 벤치에서 『아무튼, 외국어』를 읽었던 기억이 책의 문장과 그 골목길의 햇살까지 함께 떠오르게 할 수도 있고, 한국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 하루키의 문장을 곱씹던 저녁은, 그 책장을 넘기던 손끝의 온기까지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혼자 여행하며 읽은 책은 그래서 여행지의 풍경과 함께 내 안에 오래도록 저장됩니다.



혼자 떠나는 사람에게 책은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책은 그 용기를 지켜주는 조용한 방패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감정도 눌러 담을 수 있고, 말없이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여행지에서 만난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동행자가 될 거에요.

 



당신의 다음 여행에도, 책 한 권을

 혹시 곧 혼자 떠날 계획이 있으신가요? 멋진 풍경이나 화려한 일정보다도, 조용히 머물며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책을 챙겨보세요.

 

페이지마다 나오는 문장들이 지금의 당신을 기록하고, 여행의 끝자락에서 하나의 기억으로 돌아올 겁니다. 말없이 마음을 채워주는 여행 동반자. 당신만의 고요한 순간을 함께할 책을 이번엔 꼭 가방 속에 넣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 클로이의 노트

   : 늘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저는, 지난 6월 말 일본 교토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 '둘 이상 가는 여행은, 관광이다'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어느 도시, 또는 작은 마을이라고 서점은 있으니 여행지에서 서점 방문도 추천 드립니다. 지난 여행은 제 생애 첫 일본여행이었는데, 저는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 할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