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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몸은 침묵 속에서도 기억한다 -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를 읽고

by CHLOENOTE 202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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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마음과 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 익숙했다. 마음이 힘들면 생각을 정리하면 되고, 몸이 아프면 쉬거나 약을 먹으면 된다고 여겼다. 감정은 머리에서 생기고, 몸은 그저 그 결과를 견디는 그릇 정도로 인식해왔다. 그래서 이유 없이 몸이 굳고, 쉽게 피로해지고, 별다른 원인 없이 불안이 올라올 때면 “내가 예민해서 그래”라며 스스로를 다그쳤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그 익숙한 인식을 처음부터 다시 보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마음의 상처가 단지 생각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몸 깊숙이 각인되어 삶의 리듬과 반응을 지배해온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바셀 반 데어 콜크는 트라우마를 단순히 극단적인 사건의 결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큰 사고나 폭력, 재난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무시당했던 경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환경, 늘 긴장 상태로 살아야 했던 시간들 역시 몸에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이 설명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별일 아니었다’며 지나쳐왔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크게 울지 않았고, 명확한 사건도 없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그러나 몸은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유 없이 어깨가 굳고, 갑작스러운 소리에 과하게 반응하며, 쉴 때조차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던 이유가 비로소 언어를 얻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트라우마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반응’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일을 잊으면 괜찮아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트라우마가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의 반응 방식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몸이 위협을 감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안전한 상황에서도 경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왜 그렇게 자주 긴장하느냐고 묻던 질문을 멈추게 되었다. 문제는 내가 왜 긴장하느냐가 아니라, 내 몸이 여전히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치료와 회복의 방향에 대해서도 기존의 통념을 뒤흔든다. 우리는 흔히 상처를 치유하려면 그것을 말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말은 사고의 영역이지만, 트라우마는 몸의 영역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가, 호흡, 리듬, 신체 감각을 회복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몸이 안전을 다시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느라 몸을 거의 방치해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몸의 신호를 듣지 않고, 계속해서 ‘괜찮다’고 설득해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 책은 몸을 회복의 대상이 아니라, 회복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 몸이 편안해질 때 비로소 마음도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감정을 통제하려 들고, 생각을 바꾸려 애쓴다. 하지만 몸이 여전히 위협을 감지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긴장된 몸에서는 온전한 선택이 나오기 어렵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이 사실을 수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 사례들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어떻게 몸의 회복이 사람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지를 증명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왜 이렇게 예민한지, 왜 쉽게 지치는지, 왜 사소한 일에 흔들리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꾸도록 이끈다. “왜 아직도 힘드냐”가 아니라, “이 몸이 무엇을 겪어왔는가”를 묻게 만든다. 이 질문의 전환은 자기비난을 자기이해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몸의 반응을 약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으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를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회복이 결코 직선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아졌다가 다시 무너지고, 괜찮아졌다가 다시 불안해지는 반복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의 일부라는 설명은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회복을 완치처럼 상상하지만, 실제 회복은 몸이 조금씩 안전을 확장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 책은 그 느린 속도를 존중한다. 빨리 나아지라고 재촉하지 않고, 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태도는 타인을 향해서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보다 몸을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숨이 얕아질 때 잠시 멈추고, 몸이 굳어 있을 때 스트레칭을 하고, 이유 없는 피로를 억지로 넘기지 않으려 한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당장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분명해졌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나를 강하게 만들기보다,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몸의 감각을 잊고 지낸 사람, 늘 긴장한 채 하루를 버텨온 사람, 마음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느꼈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생각으로만 살아오지 않았다. 몸은 늘 함께 있었고, 그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그 사실을 잔인하지 않게, 그러나 매우 정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클로이의 노트 :

 『몸은 마음을 기억한다』는 내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몸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만든 책이었다. 마음의 상처는 생각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사실은 낯설지만 깊이 설득력 있었다. 이 책은 회복을 빠른 변화로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몸이 다시 안전을 배워가는 느린 과정을 존중하라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덜 요구하고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몸의 긴장과 피로를 약점이 아니라, 지금까지 버텨온 흔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이 책이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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