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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하는 진짜 현재 - 『지금, 여기서 살 것』을 읽고

by CHLOENOTE 2026.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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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서 살 것』을 읽기 전까지 나는 늘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몸은 현재에 있었지만, 마음은 대부분 과거와 미래 사이를 오갔다. 이미 지나간 장면을 반복해서 떠올리며 후회했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불안해했다.

 

그러다 문득 하루가 끝나면 “오늘은 뭐 했지?”라는 질문 앞에서 막막해지곤 했다. 분명 하루를 살았는데, 그 하루를 실제로 ‘살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를 붙잡았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이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떠난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읽는 내내 나의 삶을 하나씩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현재에 머무르라’는 말을 추상적인 조언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을 들으면, 잡생각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멈추고, 고요해져야 한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살 것』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생각을 없애려 애쓰지 말고,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감정을 밀어내지 말고, 그 감정이 몸과 마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느껴보라고 권한다. 이 접근은 나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잘해야 하는 일’로 느껴왔던 나에게, 지금의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허락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는 ‘에고’다. 그는 에고를 단순히 자존심이나 이기심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에고는 끊임없이 자신을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기대 속에서 정의하려는 마음의 습관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일을 겪어왔다”, “앞으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자신을 설명한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이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얼마나 자주 과거의 실수와 미래의 불안을 통해 지금의 나를 평가해왔는지 떠올리게 되었다. 에고는 나를 보호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나를 끊임없이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살 것』은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고통이 생기면 빨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불안하면 그 불안을 없애려 애쓰고, 슬프면 다른 생각으로 덮어버리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고통을 제거하기보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순간 고통의 성질이 변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는 것 자체가 힘든데, 그것을 더 느끼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따라가며 나는 조금씩 그 의미를 체감하게 되었다. 고통을 밀어낼수록 그것은 더 강해졌고, 반대로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의 몸의 반응과 감정을 가만히 바라볼 때, 그 고통은 이전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고통은 생각과 결합될 때 가장 커진다는 말이 점점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삶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느껴보라고 말한다. 숨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몸이 의자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이런 감각적인 인식은 사소해 보이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이 사소함이야말로 현재에 머무르는 가장 확실한 통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은 늘 다른 시간으로 달아나지만, 몸은 언제나 지금에 있다. 톨레는 현재를 이해하려 들지 말고, 경험하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해하려는 삶에서 느끼는 삶으로, 설명하려는 태도에서 경험하는 태도로 옮겨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지금, 여기서 살 것』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어떤 결과도 약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마음이 늘 평온해질 것이라거나, 인생의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식의 희망적인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문제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문제와 나 사이의 거리가 달라질 수는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제에 완전히 잠식되는 대신, 문제를 인식하는 나 자신으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것. 이 미묘한 거리감은 삶을 훨씬 덜 버겁게 만든다. 문제는 그대로 있지만, 그 문제를 감당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진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삶을 대하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급하게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게 되었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바로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생각은 많고,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그 불안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작은 인식은 하루를 전혀 다른 질감으로 만든다. 『지금, 여기서 살 것』은 나를 완전히 바꾸지 않았다. 대신 나를 자주 현재로 되돌려놓는 기준점 하나를 만들어주었다.

 

 

 이 책은 바쁘고, 생각이 많고, 늘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온 사람에게 특히 오래 남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소비하고, 과거를 해석하느라 지금을 놓친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그런 삶의 방향을 부드럽게 되돌린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일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가장 깊이 만나는 방식이라는 점을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살 것』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더 자주 떠오르는 책이다. 마음이 멀어질 때마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조용한 문장들이 오래 남는다.

 

 

클로이의 노트 :

 『지금, 여기서 살 것』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보다, 지금의 나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은 생각을 없애려 애쓰지 말고,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을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그 관점 덕분에 나는 불안과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잠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삶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문제에 휘둘리는 방식은 달라졌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미래를 걱정하는 순간마다 숨과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려 한다. 그 짧은 현재의 순간들이 하루를 조금 덜 버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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