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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

by CHLOENOTE 2026.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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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흔히 좋은 습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생각을 깊게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행위. 그래서 독서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본다. 아니, 돌아본다기보다 평가한다. “요즘 내가 게을러졌나?”, “마음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못해서 그런가?” 같은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독서를 하지 못하는 상태를 곧바로 삶의 태도 문제로 연결 짓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가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 문제는 의지나 성실함이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대부분의 경우 독서는 지금의 상태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독서가 부담으로 변하는 순간은 대개 조용히 시작된다. 처음에는 읽지 못한 날이 하루 늘어날 뿐이다. 하지만 그 하루가 쌓이면서 독서는 점점 ‘하지 못한 일’의 목록에 올라간다. 읽지 못한 페이지, 끝내지 못한 책, 계획대로 지키지 못한 루틴. 독서는 더 이상 휴식이나 사유의 시간이 아니라, 점검과 반성의 대상이 된다. 이때부터 독서는 삶을 보완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기준이 되는 순간, 독서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된다.

 

 

 독서가 스트레스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할 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쪽은 읽어야 한다는 기준, 한 권을 끝내야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 읽고 나면 반드시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 이런 기준들은 처음에는 동기가 되지만, 곧 부담으로 바뀐다. 독서는 원래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 행위다. 읽은 만큼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읽었다고 해서 바로 삶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에만 유독 성취의 기준을 들이댄다. 그러다 보니 독서를 하는 순간보다, 독서를 하지 못했을 때의 감정이 더 크게 남는다.

 

 

 여기에는 현대인의 삶의 리듬도 깊게 작용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빠른 자극 속에 노출되어 있다. 메시지, 영상, 뉴스, 알림. 모든 것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고, 뇌는 끊임없이 처리해야 할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다. 책은 타인의 언어를 따라가야 하는 매체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이해의 흐름도 독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루를 버티는 데 이미 에너지를 거의 소모한 상태에서 책을 펼치면, 독서는 휴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노동처럼 느껴진다. 이때 우리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을 한다. 지금 당장 에너지를 덜 쓰는 방향으로. 독서는 그렇게 미뤄진다.

 

 

 또 하나의 이유는, 독서를 통해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져야 하고, 삶의 태도가 달라져야 하며, 최소한 이전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이런 기대는 독서를 시작하기 전부터 실패 가능성을 내포한다. 읽었는데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면, 우리는 그 독서를 무의미하게 느낀다. 그리고 독서 자체를 회의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독서가 삶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독서는 그저 지금의 상태를 확인하게 해주는 역할만 하기도 한다. 그 역할은 작아 보이지만, 결코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독서의 가치를 결과로만 판단하기 시작할 때 생긴다.

 

 

 독서가 스트레스로 변하는 또 다른 지점은 비교다. SNS와 독서 기록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독서량과 독서 속도를 쉽게 접한다. 한 달에 몇 권을 읽는지, 얼마나 꾸준히 기록하는지. 이런 정보는 의도치 않게 기준이 된다. 하지만 독서는 경쟁이 아니다. 지금의 에너지, 집중력, 삶의 밀도는 사람마다 전혀 다르다. 어떤 시기에는 하루 한 페이지도 벅차고, 어떤 시기에는 한 권을 단숨에 읽기도 한다. 타인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는 순간, 독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압박이 된다. 그리고 그 압박은 독서를 더 멀어지게 만든다.

 

 

 사실 독서가 스트레스로 느껴진다는 것은, 독서를 포기하고 싶다는 신호라기보다 독서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독서는 늘 같은 방식일 필요가 없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분량,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할 이유도 없다. 어떤 날은 두 문장만 읽어도 충분하고, 어떤 날은 책을 펼쳤다가 덮는 것만으로도 독서일 수 있다. 이런 유연함이 사라질 때 독서는 쉽게 무거워진다. 독서가 다시 가벼워지려면, 기준을 낮추는 것이 먼저다.

 

 

 독서를 쉬어도 되는 시기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의 삶이 너무 벅찰 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사유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지로 책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독서를 더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독서를 쉬는 시기는 독서를 포기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한 간격에 가깝다. 우리는 모든 관계에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과의 관계에서는 그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태도 자체가 독서를 스트레스로 만든다.

 

 

 독서는 성실함의 증명이 아니다. 삶이 흔들릴 때 잠시 기대어 숨을 고르는 방법 중 하나다. 독서를 통해 반드시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독서는 다시 삶 가까이로 돌아온다. 읽지 못한 날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읽은 날을 성과로 계산하지 않는 태도. 그 태도 속에서 독서는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는다. 독서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책이 아니라, 독서를 대하는 태도를 조금 낮추는 일일지도 모른다.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다시 숨을 고르고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줄 뿐이다.

 

 

클로이의 노트 ::

 독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책 앞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읽지 못한 날이 쌓일수록 독서는 위로가 아니라 부담이 되었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느껴졌다.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독서가 스트레스가 된 이유가 책 때문이 아니라, 내가 독서에 부여한 기대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독서는 반드시 나를 변화시켜야 할 의무가 아니라, 지금의 나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 기준을 낮추자 독서가 다시 조금 가까워졌다. 그 깨달음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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