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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를 좋아하는데 읽기 힘든 사람의 심리

by CHLOENOTE 202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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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책을 펼치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책이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을 좋아한다고 느낀다. 서점에 가면 오래 머물고, 읽고 싶은 책 목록도 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제로 읽는 시간은 줄어든다. 책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몇 페이지 읽다가 멈춘다. 이 모순적인 상태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집중력 저하로 설명되기 어렵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읽기 힘든 사람은 사실 독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상태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좋은 일’로 배워왔다. 책을 읽는 사람은 생각이 깊고, 성실하며, 자기 삶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이런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독서를 정체성과 연결시킨다. 그래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책을 읽는 행위에 더 큰 무게를 실어놓는다. 단순히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먼저 따라온다. 이 부담은 독서를 시작하기 전부터 문턱을 만든다. 책을 펼치기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는 ‘잘 읽어야 한다’는 기준이 작동한다. 그 기준이 높을수록, 실제 독서는 더 어려워진다.

 

 이 상태에서 독서는 휴식이 아니라 시험에 가까워진다. 읽다가 집중이 흐트러지면 스스로를 탓하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만나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독서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히 있지만, 그 마음 위에 성취에 대한 기대가 겹쳐지면서 독서는 점점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이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책과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책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이다. 좋아하는 대상일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듯, 독서 역시 애정이 깊을수록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여기에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도 깊게 얽혀 있다. 우리는 하루 종일 빠른 자극 속에서 살아간다. 짧은 영상, 즉각적인 반응, 계속 갱신되는 정보.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뇌는 천천히 흘러가는 문장을 따라가는 일을 에너지 소모가 큰 활동으로 인식한다. 독서는 단순히 시간을 쓰는 일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조차, 막상 책을 펼치면 피로감을 느낀다. 이 피로감은 책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삶의 리듬과 독서의 리듬이 어긋났다는 신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더 깊이 생각해야 하며,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 이 기대는 독서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만든다. 수단이 되는 순간, 독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성과를 요구하는 행위로 변한다. 그래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독서를 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좌절을 느낀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못 읽지?’라는 질문이 자신을 향한다. 이 질문이 반복될수록 독서는 더 멀어진다.

 

 사실 독서를 좋아하는데 읽기 힘든 상태는, 독서를 포기하고 싶다는 신호가 아니라 독서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신호다. 독서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어떤 날은 깊이 읽고, 어떤 날은 몇 문장만 읽어도 된다. 어떤 시기에는 책이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어떤 시기에는 그냥 곁에 있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 유연함이 사라질 때 독서는 쉽게 부담이 된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이 유연함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서는 나를 단련하는 도구이기 이전에, 나와 함께 머무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것을 억지로 잘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대상을 가장 먼저 멀리하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를 좋아하는데 읽기 힘들다면, 그건 독서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독서에 너무 많은 역할을 맡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조금 느슨해질 때, 다시 자연스럽게 손에 잡힌다.

 

 

클로이의 노트 ::

 독서를 좋아하면서도 책을 펴기까지 오래 망설이던 나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집중력이나 의지를 탓했지만,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독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왔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오히려 독서를 무겁게 만들었다. 독서는 성과가 아니라 관계일 수 있다는 생각이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것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좋아하는 것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여백을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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