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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에서 입소문 난 책, 직접 읽어보니?

by CHLOENOTE 2025. 8. 12.

 요즘 책을 고르는 방식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나 신문 서평, 문학상 수상작 소개를 통해 책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쇼츠 같은 짧고 강렬한 SNS 콘텐츠가 책 선택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짧은 리뷰 영상 한 편, 감각적으로 찍은 북포토 한 장, 그리고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샀다’는 식의 한 줄 글귀. 이런 자극적인 요소들은 독자의 호기심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립니다. 누군가의 감탄과 추천을 따라 책을 덜컥 장바구니에 담고, 표지를 쓰다듬으며 첫 장을 펼칠 때, 우리는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의심합니다.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자리하는 순간입니다.



첫번째 책, 『지구 끝의 온실』 – 감성 SF를 넘어선 깊이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은 SNS에서 특히 “문장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표지만 보아도 서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고, 해시태그에는 ‘환경’, ‘기억’, ‘생존’ 같은 키워드가 빼곡히 달려 있습니다.

 

막상 책을 읽으면 단순히 미래의 환경 재앙을 상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태와 인간성, 그리고 세대를 이어가는 기억과 연대에 대한 사유가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작가는 멀리 있는 미래를 그리지만, 그 속에는 지금 우리의 선택과 태도가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SNS에서 본 짧은 인용구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숨결이 독자를 오래 붙잡습니다. 읽는 내내 ‘아, 이건 그냥 예쁜 문장만 있는 소설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성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가 놓인 듯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두번째 책,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웃음 뒤의 그리움

 하라다 마하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SNS에서 ‘웃기고 가슴 찡한 이야기’라는 평가와 함께 많이 언급된 작품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책은 읽다가 혼자 웃고 혼자 울게 된다’는 리뷰도 자주 보였죠.

 

책장을 넘기면, 분명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곧장 청춘의 씁쓸함과 그리움으로 변합니다. 주인공이 속한 ‘삼미슈퍼스타즈’라는 약팀 야구단은 그 자체로 인생의 은유가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최하위,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뛰는 사람들의 모습은 학창 시절의 기억, 어설프지만 뜨거웠던 젊은 날의 우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SNS에서는 주로 유쾌한 부분이 부각되었지만, 직접 읽어보니 웃음보다 오래 남는 건 ‘성장통’ 같은 감정이었습니다.

 


세번째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짧지만 강렬한 질문

 클라라 박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단편 SF 소설집입니다. SNS에서는 ‘한국 SF 입문서’라는 태그와 함께, 짧지만 강렬한 설정과 감각적인 제목 덕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단편집이라는 형식은 읽는 사람에 따라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각 단편이 완전히 다른 세계관과 주제를 담고 있고, 그 속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내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짧게 읽었는도, 한 편 한 편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재생됩니다. SNS에서 본 ‘감성적인 SF’라는 말만 믿고 가볍게 집어들었지만, 읽고 나니 재독을 결심하게 된 책입니다.

 



SNS 입소문 책, 직접 읽어야 아는 이유

 SNS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전파력과 감성적인 포장입니다. 우리는 매일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멋져 보이는 책’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책의 진짜 가치는 결국 직접 읽는 과정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은 영상, 한 장의 사진, 한 줄의 문장만 보고 책을 평가하기에는, 책이 가진 이야기의 결이 너무 복잡하고 깊습니다. 누군가의 리뷰가 아무리 설득력 있어도, 나의 삶과 경험에 비춰 읽었을 때 비로소 그 책은 ‘나만의 책’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SNS에서 발견한 책이라도, 반드시 시간을 들여 읽어봅니다. 읽으며 밑줄 긋고, 마음에 걸린 문장을 곱씹고, 때로는 공책에 옮겨 적습니다. 그 과정에서 책은 더 이상 ‘누가 추천한 책’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게 된 책’이 됩니다.

클로이의 노트 : 나만의 독서 경험 만들기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자기 해석의 과정입니다. SNS가 길잡이가 되어줄 수는 있지만, 결승선은 언제나 독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간 선택이더라도, 그 안에서 나만의 발견을 하는 순간, 그 책은 비로소 나에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오늘 소개한 세 권의 책처럼, SNS에서 만난 책이더라도 그 진짜 매력은 표지와 해시태그 뒤에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한 번 책을 사랑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