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더 열심히 말고, 덜 소모되며 사는 법 -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을 읽고

by CHLOENOTE 2026. 1. 7.
반응형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힘들다고 느껴왔던 많은 순간들이 사실은 ‘과로’가 아니라 ‘과잉 관계’와 ‘과잉 책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흔히 피곤함을 바쁨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일이 많아서, 일정이 빽빽해서, 잠을 못 자서 지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말 나를 지치게 만든 것은 일이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에 반응해야 한다고 믿어온 태도였을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쓰고 있었는지를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다. 피곤함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방치해온 선택들의 결과였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났다.

 

 

 이 책이 인상 깊은 이유는 피곤함을 개인의 성격 문제로 돌리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자주 “내가 예민해서 그래”, “내가 너무 신경을 써서 그래”라며 스스로를 탓한다. 그러나 저자는 피곤함의 원인을 개인 내부가 아닌 경계의 부재에서 찾는다. 거절하지 못한 부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감정 노동, 굳이 책임질 필요 없는 타인의 기분까지 떠안아온 시간들. 그 모든 선택이 쌓여 마음을 소진시킨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짚어낸다.

 

읽다 보니 나는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무리한 요구 앞에서도 웃으며 넘어갔던 기억, 불편한 말을 삼킨 채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시간들. 그때마다 나는 관계를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을 조금씩 소모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은 제목처럼 과감한 단절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관계를 끊어내거나, 혼자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은 ‘이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이별이란 누군가를 밀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지치게 만드는 방식과 거리를 두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떤 관계는 유지하되, 이전과 같은 밀도로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말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고, 모든 감정에 즉각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 관점은 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동안 나는 관계를 끊느냐, 유지하느냐의 이분법 속에서만 고민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 ‘조절’이라는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 선택지는 관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의무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의무감으로 살아간다. 해야 할 것 같아서,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해질까 봐. 그러나 의무감으로 유지되는 선택들은 결국 마음을 고갈시킨다. 저자는 말한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일은 무책임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무책임하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타인의 감정에는 지나치게 책임감을 느끼면서, 정작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계속 무시해왔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이 책은 또한 피곤함의 상당 부분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짚어낸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 늘 성숙해야 한다는 자기검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스로를 평가하고, 그 평가 기준은 늘 높다. 이 책은 그 기준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모든 하루를 생산적으로 채울 필요는 없고, 모든 감정을 의미 있게 만들 필요도 없다.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있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어도 된다는 허락. 이 허락은 삶을 느슨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현실적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별의 대상은 더욱 구체화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비교하는 습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강박 역시 이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정리한다고 하면 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내 안에 자리한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늘 나를 몰아붙이고, 쉴 틈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 목소리와의 이별. 이 책은 그 이별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완벽한 단절이 아니라, 조금씩 거리를 두는 연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은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책은 아니다. 대신 삶의 에너지 누수를 하나씩 점검하게 만든다.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 그 피로가 정말 감내해야 할 몫인지, 아니면 내려놓아도 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많은 것을 해내겠다는 다짐 대신 아주 사소한 선택들을 바꿔보고 싶어졌다. 모든 연락에 즉각 반응하지 않기, 불편한 상황에서 굳이 웃지 않기, 피곤한 날은 피곤하다고 말하기. 이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삶은 분명 덜 피곤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피곤한 삶이 반드시 성실한 삶의 증거는 아니라는 것. 우리는 더 이상 피곤함을 미덕처럼 끌어안지 않아도 된다. 나를 소모시키는 것들과 이별하는 일은 도망이 아니라 생존이고,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 보호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언어로 설득한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더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 대신, 조금 덜 피곤하게 살아보겠다는 선택을 마음에 남겼다. 그 선택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숨 쉬기 쉬워질 것 같았다.

 

 

클로이의 노트 :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과 이별하는 법』은 나의 피곤함이 성격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경계를 세우지 못한 삶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와 기대를 떠안은 채 살아가며, 그 피로를 당연한 몫처럼 받아들인다. 이 책은 더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무엇을 내려놓을지 선택하라고 말한다.

 

모든 관계에 같은 밀도로 반응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감정에 책임질 필요도 없다는 허락은 삶을 훨씬 숨 쉬기 쉽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잘 살기보다 조금 덜 피곤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 선택이 오히려 나를 오래 살게 할 것 같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