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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말투 하나로 관계의 온도가 달라질 때 - 『어른의 말투』를 읽고

by CHLOENOTE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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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의 말투』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생각보다 말을 너무 쉽게 내뱉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이었다. 말은 늘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그 무게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기 쉽다. 우리는 말을 ‘성격’이나 ‘기분’의 문제로 치부하고, 상처가 생기면 서로 예민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말투를 감정의 부산물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바라본다. 어떤 말을 선택하는지는 단순한 화법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와 타인, 그리고 관계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말을 둘러싼 나의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그동안 나는 말을 잘하고 싶어 했지, 말을 책임지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어른답게 말하라’는 도덕적 요구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의 말투는 무조건 부드럽거나, 언제나 침착하거나, 늘 이해심이 많은 화법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말한다. 어른의 말투란, 자기 감정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가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우리는 화가 나면 날카로워지고, 지치면 퉁명스러워지며, 불안하면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이 된다. 그리고 그 말투를 ‘솔직함’이나 ‘나답게 말한 것’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솔직함이 종종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고, 관계에는 불필요한 균열을 남긴다는 사실을 조용히 짚어낸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 감정 표현과 감정 투척의 차이를 구분하는 일. 『어른의 말투』는 그 미묘한 선을 아주 현실적인 예시들로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말투가 관계의 온도를 결정한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말투로 전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종종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라고 말하지만, 말은 의도보다 전달된 방식으로 기억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오래 남아 관계의 균열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조심스럽게 고른 말 한마디가 관계를 지켜내기도 한다.

 

이 책은 말투를 기술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신 말 한마디를 건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지금 이 말이 상대를 이해시키는 말인지, 아니면 나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말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은 말을 줄이게 만들기보다, 말을 더 신중하게 만들었다.

 

 

 『어른의 말투』는 특히 관계 속에서 자주 소진되는 사람들에게 깊이 와 닿는다. 우리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아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 참음의 결과가 종종 날카로운 말투로 터져 나온다. 쌓인 감정은 어느 순간 통제력을 잃고, 그때의 말은 늘 과하다.

 

저자는 말한다. 어른의 말투란 참다 터뜨리지 않는 말이 아니라, 쌓이기 전에 조절하는 말이라고.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삼켰다가, 결국 좋지 않은 방식으로 쏟아냈는지 떠올렸다. 말투를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표현을 순화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말은 마음의 결과이기 때문에, 말투를 바꾸려면 먼저 마음의 흐름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은 ‘상처 주지 않는 말’을 강조하면서도, 결코 자기 자신을 희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른의 말투는 늘 참거나 양보하는 화법이 아니다. 오히려 경계를 분명히 하면서도 공격적이지 않은 말에 가깝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되,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 방식. 불편함을 표현하되,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종종 단호함과 공격성을 혼동하고, 부드러움과 무력함을 혼동한다. 이 책은 그 오해를 하나씩 풀어준다. 어른의 말투란 강해 보이는 말이 아니라,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말이라는 점에서다. 이 관점은 말을 통해 관계를 ‘이기려 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른의 말투』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은, 말투가 결국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하는 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가혹한 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왜 이것도 못 해?”, “또 이런 실수를 했어?” 같은 말들은 내면에서 반복된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자기대화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어른의 말투를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감정을 그대로 던지지 않고, 나를 깎아내리지 않으며, 상황과 존재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 말투의 변화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덜 폭력적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을 즈음, 나는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말을 덜 다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말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우리는 여전히 실수한다. 그러나 그 실수 앞에서 “어쩔 수 없지”라고 넘기기보다, 다음에는 어떤 태도로 말하고 싶은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화가 시작된다.

 

『어른의 말투』는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가져가는 법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관계에는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말을 고르기 전에 잠시 멈추는 시간이 생겼다. 그 잠깐의 멈춤이 관계를 지키고, 나를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클로이의 노트 :

 『어른의 말투』는 말을 잘하는 법보다 말을 책임지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우리는 종종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그대로 던지고, 그 말이 남긴 상처는 관계에 오래 남는다. 이 책은 어른의 말투란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태도로 건네느냐에 따라 관계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잘 말하기보다 덜 다치게 말하고 싶어졌다. 그 작은 변화가 관계를,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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