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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가장 오래 함께할 나와의 관계에 대하여 -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by CHLOENOTE 202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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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위로가 아니라 멈춤이었다. 이 책은 독자를 다독이기보다, 그동안 너무 쉽게 자신을 비난해왔던 순간들 앞에 세운다. 우리는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관계가 어긋날 때, 혹은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을 탓한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잘못해서”, “내가 더 노력했어야 했어.” 이런 문장들은 어느새 습관처럼 입 안에서 굴러다닌다.

 

이 책은 그 익숙한 문장들에 조용히 제동을 건다. 정말 그 미움이 필요한가, 그 비난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는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여러 번 멈춰 섰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살아온 시간이 떠올랐고,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단지 더 지치게 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나를 사랑하라’는 말 대신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선택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라는 말은 때로 너무 멀고 막연하다. 지금의 나를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을 제시한다. 좋아하지 못해도 괜찮고, 자랑스럽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스스로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자는 약속. 그 약속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우리는 흔히 성장과 변화의 동력을 자기비판에서 찾는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자기혐오는 결코 나를 앞으로 밀어주지 않는다고. 오히려 끊임없이 나를 현재에 묶어두고, 실패한 자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이 관점은 자기계발의 언어에 익숙한 독자에게 다소 낯설지만, 그래서 더 깊이 와 닿는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자신을 미워하게 된 과정 역시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비교, 실패, 타인의 기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되어야 할 나’를 먼저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는 늘 부족한 존재가 된다. 더 잘해야 하고, 더 단단해야 하며, 더 성숙해야 한다는 기준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 책은 그 평가의 잔혹함을 조용히 보여준다. 나를 미워하는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실망과 좌절이 쌓여,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쉽게 공격하는 방향으로 굳어진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자, 그동안 나 자신에게 던졌던 날 선 말들이 떠올랐다. 남에게는 쉽게 하지 못할 말들을, 나는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해왔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를 구분하는 데도 분명한 선을 긋는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를 강조한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되, 그 잘못을 이유로 나라는 존재 전체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 실패는 실패로 남겨두고, 그것을 정체성으로 삼지 않는 연습. 이 구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나는 실패했다”와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를 구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 책은 그 문장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준다. 나는 실패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실패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 이 인식은 삶을 훨씬 숨 쉬기 쉽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라는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거리 조절을 고민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는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는다. 언제든 스스로를 다그치고, 몰아붙이고, 무시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가장 오래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그렇다면 그 관계만큼은 최소한 폭력적이지 않게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평생을 함께할 존재를 매일 비난하며 사는 삶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나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하게 나 자신을 대하게 만들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죽을 때까지’라는 표현의 무게가 선명해진다. 이것은 단기간의 다짐이나 감정적인 선언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반복해서 선택해야 할 태도에 가깝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실망하고, 좌절하고, 다시 자신을 미워할 유혹 앞에 서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순간마다 다시 선택하라고 말한다. 오늘의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그리고 내일의 나에게도 같은 선택을 허락하겠다고. 이 태도는 삶을 갑자기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을 덜 잔인하게 만든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는 삶을 바꾸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견디는 방식을 바꾸는 책에 가깝다.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전히 흔들리며, 여전히 실수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마다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책을 덮고 난 뒤, 나는 더 잘 살겠다는 다짐보다, 적어도 나를 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마음속에 남겼다. 그 약속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렇게,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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