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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성 에세이가 자꾸 실패하는 이유

by CHLOENOTE 2026.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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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에세이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지친 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을 때, 혹은 누군가에게 조용히 기대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이 장르를 찾는다. 얇고 가벼운 표지, 부드러운 제목, “괜찮아”, “나”, “오늘”, “위로” 같은 단어들이 주는 친숙함. 감성 에세이는 언제나 가장 쉽게 손에 잡히는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명 평도 좋고 유명한 책인데 막상 읽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 더 공허해질 때가 있다. 위로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혼자 남은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자신을 탓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이젠 이런 책이 안 맞는 건가. 하지만 감성 에세이가 자꾸 실패하는 이유는 독자의 감정이 아니라, 이 장르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

 

 감성 에세이는 정보서도, 소설도 아니다. 이 책들은 독자에게 어떤 지식을 주기보다 정서의 리듬을 건네는 책이다. 그래서 지금의 마음 상태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문장도 쉽게 어긋난다. 마음이 이미 지쳐 있는데 지나치게 통찰적인 글을 읽으면, 그것은 위로가 아니라 또 하나의 기준이 된다. 반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시기에 감정만 흘려보내는 글을 읽으면 허무함이 남는다. 감성 에세이는 독자의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책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장르를 ‘위로용 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버린다. 그 순간부터 실패는 시작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가 ‘공감’과 ‘머무름’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많은 감성 에세이는 읽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맞아, 나도 그래.”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감은 즉각적인 반응이지만, 머무름은 사유를 만든다. 좋은 감성 에세이는 읽고 나서도 문장이 마음에 남아, 생각을 붙잡는다. 실패하는 에세이는 기분 좋은 말은 많지만, 생각을 머물게 하는 문장이 없다. 그래서 읽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다.

 

 감성 에세이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너무 잘 정리된 시선’이다. 모든 감정을 통과한 듯한, 모든 삶을 이미 정리한 듯한 목소리는 때로 독자에게 위로보다 거리감을 남긴다. 고통의 과정이 생략된 이야기, 지나치게 깔끔한 결론은 지금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된다. 감성 에세이는 해답을 주기보다 함께 흔들리는 목소리일 때 더 깊게 닿는다. 삶이 아직 진행 중임을 숨기지 않는 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문장일수록 독자는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종종 지금의 나에게 너무 무거운 책을 고른다. 감성 에세이는 내용만큼이나 읽는 리듬이 중요하다. 문단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지, 문장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지지는 않는지, 하루에 몇 쪽씩 나누어 읽어도 괜찮은지. 지금의 상태가 지쳐 있다면, 아무리 좋은 책도 끝까지 읽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실패하지 않는 감성 에세이는 지금의 나에게 무리 없는 속도를 가진 책이다.

 

 감성 에세이는 삶을 바꾸는 책이기보다, 삶을 잠시 멈추게 하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의 상태와 맞지 않으면 쉽게 어긋난다. 책이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그건 감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준 없이 책을 골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다음에 감성 에세이를 집어 들 때는 “이 책이 나를 얼마나 바꿔줄까”보다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 맞는가”를 먼저 물어보자.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감성 에세이를 고르는 실패는 훨씬 줄어들 수 있다.

 

 

클로이의 노트 ::

 감성 에세이를 읽고도 위로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그런 경험을 내 감정 탓으로 돌려왔지만, 사실은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 책을 골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감성 에세이는 마음을 바꾸는 책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잠시 낮춰주는 책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이제는 더 좋은 책을 찾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독서로 돌아가고 싶다. 그 선택이 감성 에세이를 다시 신뢰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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